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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힘 빼고 삽시다

일요일 법회가 끝나면 교무와 교도들이 함께 가끔 탁구를 즐긴다.     커피 내기 등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승부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같은 팀의 교무가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거나, 특정 교도가 매번 커피를 사게 되면, 꼭 이기거나 졌으면 할 때가 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은 안다. 이겼으면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긴장이 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져야겠다고 다짐을 하면, 무슨 일인지 대충해도 잘 된다. 왜일까. 욕심을 버렸더니, 마음을 비웠더니, 평소 기량의 120%가 나오는 것이다.   몸에 힘을 빼라는 말은 긴장하지 마라, 욕심을 버려라, 마음을 비우라는 말과 같다. 늘 정상에 가까운 혈압이, 측정 직전에 친구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나니 30% 가까이 높아졌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몸에 힘을 빼라는 말은 결국 마음에 힘을 빼라는 말이다.   한동안 히트곡이 없던 유명 가수가 모처럼 가요 순위에서 1등을 했다.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에는 순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작업을 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히 비어야 지혜가 나타난다는 불교의 공(空), 진공묘유(眞空妙有)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스포츠는 물론이고 어느 분야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긴장도 하고 승리욕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한국 전쟁 이후 근대화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한자라도 더 익혀야 했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입시 열풍을 넘어 광풍의 한 복판에서 자라온 필자 역시 고등학교 시절 존경하던 사회선생님의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죄"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한 치의 게으름도 용납하지 않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 온 것 같다.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없는 것은 있는 것으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다 공한 것이나, 공한 것 역시 가득 찬 것이다".   불가의 유명한 게송(깨달음을 시구로 표현한 것)이다. 긴장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빈 마음에 기초하지 않으면 의욕과 최선은 오히려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탁구의 예에서 명확히 볼 수 있다.     영어캠프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에게 가끔 이런 농담을 주고 받는다.     "교무님은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시험문제를 틀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틀리면 기분이 어때? 기분이 나쁠 거 같은데 사람들은 왜 틀리지?"     "교무님은 항상 잘난 척만 해요".   "잘난 척은 못난 사람이 잘났다고 할 때 잘난 척한다고 하는 거지, 교무님은 그냥 잘난 거야".   이런 농담을 들으면 아이들은 어처구니 없어 한다. 사실 재미도 있지만,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짐으로써 본래 성품을 유지하려는 수행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는 유튜브를 볼 때나 심지어 휴식을 할 때에도 가능하면 공부와 일, 혹은 영적 성장과 관련한 것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지는 않은 지 돌아봐야 한다.   때로는 소위 말하는 시시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실없이 웃는 시간을 갖는 것도 정신건강과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힘 좀 빼고 살아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교무가 기분 정도 긴장도 한동안 히트곡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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